관계
어디든 속하고 싶어 애썼던 2년, 그래도 너무 외로웠어요
김민영
· 지금도 나에게 맞는 모임을 찾는 회사원

스물셋, 첫 직장으로 파견된 베트남에서 2년을 보냈어요. 일은 열심히 했지만 마음 맞는 관계는 끝내 만들지 못했어요. 한국에 돌아와 상담을 받으며, '실패'라고만 불렀던 그 시간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어요.
해본 시도
스윙 댄스 · 요가 리트릿 · 외국 거주자 모임 · 상담 · 관심사 모임 탐색 · 다이빙 수업 · 나에게 맞는 주말 찾기
욕구가 있어야 좌절도 있는 거예요
저한테 실패는 하고 싶은 그림이 있었는데 그걸 이루지 못했을 때예요. 하고 싶은 마음, 욕구가 있어야 좌절도 있는 거니까요. 생각해 보면 성취 쪽으로는 실패한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런데 관계는 늘 어려웠어요.
베트남에서 일했던 2년이 그랬어요. 처음에는 그 시간을 실패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조금 복잡해요. 일에 가까운 부분은 실패가 아니라고 느끼는데, 개인 생활 쪽으로 갈수록 여전히 실패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그곳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친구들과 잘 지내고, 회사 밖에서도 제 생활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았어요.

친구 사귀는 건 걱정하지 않았어요
베트남에는 그전에 봉사활동으로 가본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친구가 정말 많았어요. 다른 나라에서도 잘 지냈고, 베트남은 이미 와본 곳에 언어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었으니까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은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봉사활동으로 갔을 때와 일하러 갔을 때는 달랐어요. 봉사활동을 하면 원하든 원치 않든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잖아요. 일하러 가니 회사 밖의 삶은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었어요.
한국에는 가족도 있고, 원래 알던 친구들도 있으니까 그 관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들이 있어요. 외국에서는 친구를 만드는 일부터 제가 자발적으로 해야 했어요. 퇴근하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도 전부 제 몫이었고요.
친구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에요. 친한 친구도 있었고, 연휴면 자기 고향에 놀러 오라고 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런데 힘들어서 가지 않기도 했어요. 실은 친구가 있는데도 너무 외로웠어요.
어른처럼 보이려고 애썼던 스물셋
첫 직장이었고, 제가 제일 어렸어요. 저는 스물셋, 스물넷 정도였는데 동료들은 서른이 넘었어요. 다들 저를 아기처럼 봤고, 저도 그분들이 어려웠어요. 지금이라면 좀 더 편하게 지냈을 텐데, 그때는 회사 사람이니까 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현지 직원들과의 관계도 쉽지 않았어요. 제가 그분들의 근무 평정을 담당했거든요. 지금 돌아보면 중간 관리자라고 해서 친구가 못 될 건 아니었는데, 제가 어렵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려 보이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했어요. 말할 때 장난도 거의 안 쳤어요. 사무실에서는 다들 각 잡힌 정장을 입었는데, 한번은 캐릭터 양말을 신고 갔다가 그걸 언급하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 일이 몇 번 있고 나니 저도 비슷한 옷차림으로 다니게 됐어요.
안경을 쓰면 어려 보인다고 생각해서 안경도 안 썼어요. 새벽 서너 시까지 술을 마신 다음 날에도 렌즈를 끼고 화장을 하고 출근했어요.
지금은 굳이 내가 아닌 사람인 척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아요. 그때는 실제로 어리기도 했고, 사람들이 저를 어리게 보는 게 신경 쓰였어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어른 흉내를 내려고 애썼던 거죠.

회사에서 얻지 못한 것을 밖에서 찾았어요
일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까지 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애쓰고, 일도 열심히 하는데 제가 바라는 인정은 받지 못한다고 느꼈어요.
그때 호되게 겪고 나서는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들면 조금 경계하게 돼요. 이 싸움을 시작하면 끝이 별로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사에서 인정받는 걸 목표로 삼으면, 제가 만족하는 것보다 남의 기준에 저를 맞추게 되더라고요. 그 기준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요. 그러다 보면 저만 소진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회사 바깥에서 채울 수 있는 것을 찾으려 했어요.
관계 이야기를 하는데 자꾸 회사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아요. 일하면서 부담과 스트레스가 생기니까, 일 밖에서 무언가를 얻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잘되지 않으니 더 힘들었던 거예요.

퇴근하고 돌아왔는데 집이 너무 컸어요
가장 외로웠던 건 시간이 붕 뜰 때였어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집이 너무 크게 느껴질 때요. 남은 시간은 온전히 제가 보내야 하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었어요.
처음에는 집에서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계속 생각하는 쪽이었어요. 점점 그 생각을 끊어내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회사 밖의 생활이 저절로 생기는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해봤어요. 스윙 댄스를 배우러 가고, 요가 리트릿에도 가고, 외국에 사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모임도 찾아갔어요. 현지 친구들과도 놀았어요. 나름대로는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만남이 제가 바라던 관계로 잘 이어지지 않았어요. 회사 사람들과는 나이 차이도 있었고, 저도 마음을 잘 열지 못했어요. 스스로를 따돌리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어요.
어딘가에 속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그걸 위해 움직일 에너지는 많지 않았어요. 욕구는 있는데 채워지지 않고, 그걸 채우는 일마저 다 제가 하기에 달려 있는 것 같았어요. 그게 힘들었어요.

2년을 버텼지만, 일 밖에서는 남은 게 없다고 느꼈어요
한국으로 돌아올 때 아쉽지는 않았어요. 할 만한 건 다 해봤다고 생각했거든요.
일에서는 나름의 성취가 있었어요. 회사에서 그렇게 2년 동안 일해본 게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일 외적으로는 성취가 없었다고 느꼈어요. 그 부분을 실패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한동안은 해외 생활이 저한테 잘 맞지 않는 건가 생각하기도 했어요. 다른 나라에서는 잘 지냈고, 베트남도 처음 가본 곳이 아니었는데 힘들었으니까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상담을 2년 정도 받았어요. 그중 1년은 베트남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곳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저도 몰랐어요.
실패와 성공 사이에 있던 사람이 보였어요
상담 전에는 그 시간을 실패와 성공으로만 봤어요.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는 결과가 먼저 보였어요.
상담을 받으면서 그 안에 있던 사람을 조금 보게 된 것 같아요. 친구를 사귀려고 스윙 댄스도 찾아가고,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려고 이것저것 해봤던 저요.
그때는 제가 어린 줄도 몰랐어요. 지금 생각하면 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셋이었는데, 어른처럼 보이겠다고 애쓰고 있었어요. 그 사람을 떠올리면 기특하고, 안타깝고, 너무 안쓰러워요.
아등바등했던 사람이 있었잖아요. 그 사람을 고생했다고 봐주니까, 그 시간을 실패라고만 생각하지는 않게 됐어요.
그렇다고 모든 부분이 이제는 실패가 아니라고 느껴지는 건 아니에요. 개인 생활에서 원했던 관계를 만들지 못한 건 여전히 실패처럼 느껴져요. 그런데 그 관계를 만들려고 돌아다녔던 경험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그 두 마음이 같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을 만나러 다니면서 나를 알게 됐어요
비슷한 결의 사람들을 찾으려고 해본 것들이 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스윙 댄스는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몸으로 계속 소통하는 춤이더라고요. 그 소통이 싫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갔는데, 막상 해보니 저는 그렇게 많은 소통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요가도 그때 접했어요. 당시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에요. 요가를 하고 리트릿에도 다니면서 친숙해졌고, 지금은 좋아하게 됐어요.
제가 원했던 관계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고 느끼지만, 그렇게 애쓰며 다녔던 시간이 저에 대해 알아가는 데는 도움이 된 거죠.

절반은 포기, 절반은 노력
지금도 제가 속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고 있어요.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요. 비건 커뮤니티도 찾고 있고요.
사실은 그 관심사들이 다 겹치는 사람들을 한곳에서 만나고 싶어요. 해외 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고요. 그런데 그 교집합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 지금은 절반은 포기하고, 절반은 노력해요.
관심 있는 주제의 단톡방에 들어가 보기도 해요. 대화를 나누다 분위기나 생각이 저와 맞지 않는다고 느끼면 나오고요. 다이빙 수업에서 조금이나마 커뮤니티 같은 느낌을 얻기도 해요.
관계를 찾는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완전히 만족하는 곳을 찾은 건 아니지만, 조금씩 채워지는 부분은 있어요.

지금은 쉬어도 편하게 쉬어요
첫 직장 때는 주말이 버거웠어요.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퇴근하고 집에 혼자 왔을 때도 할 게 없다고 느꼈고요. 쉬는 시간을 아까워했던 것 같아요.
베트남에 있을 때는 제가 연락한다고 친구가 바로 날아와줄 수는 없었잖아요. 지금은 연락하면 만나러 나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차이도 큰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는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조금 감이 잡혀요. 주말을 여러 번 보내면서, 이틀 중 하루는 놀고 하루는 쉬는 게 저한테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운동도 조금 하고, 쉬기도 해요.
그때는 주말이 너무 버거웠는데, 지금은 쉬어도 편하게 쉬어요.
2026년 8월에 나눈 이야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