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자리에서 시작된 질문
로스쿨 입시에 두 번 떨어졌을 때, 처음으로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쌓아온 시간이 한 번에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이것마저 실패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노무사 시험을 준비했지만, 그 결과도 불합격이었어요. 그 뒤로는 저 자신을 믿기가 어려웠어요.
방향을 잃은 채 들어간 회사에서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지 않고 일에 저를 맞췄어요. 그러다 보니 내가 조금씩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를 찾고 싶어서 퇴사했지만, 막상 나오고 나니 불안한 마음으로 누워 천장만 보는 날이 많았어요.
회사 말고 다른 걸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시작했을까. 이미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그런 고민을 하는 것조차 시간을 버리는 것 같아서 조급했어요. 그때 저에게 필요했던 건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이 아니었어요. 비슷한 자리에 있던 사람이 실제로 무엇부터 시작했는지, 그때 마음은 어땠는지, 회사 밖에는 어떤 삶이 있는지가 궁금했어요.
실패를 다시 보게 된 순간
한동안은 제 지난 시간을 ‘실패’라고 부르는 것조차 망설였어요. 입 밖에 내면 삶 전체가 무너질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처음으로 그 시간들을 펼쳐놓고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고, 그때 누군가 써준 한 줄이 오래 남았어요.
때로는 쉬운 길이 그 당시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일 때가 있다.
늘 쉬운 선택만 했다고 여겼는데, 그 말을 듣고서야 알았어요. 그때의 저도 하루를 잘 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나를 지키고 있었다는 걸요. 후회로만 남아 있던 시간을 처음으로 고마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어요.
나만의 질문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직접 묻기로 했어요. 실패를 겪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실패한 다음에도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정말 실패해도 괜찮은 걸까.
먼저 실패를 겪은 또래들에게 설문으로 물었더니, 대부분이 같은 것을 원하고 있었어요. 막연한 위로보다 실패 이후의 구체적인 시도와 방법이요. 시험이나 취업처럼 정해진 길에서 벗어났을 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 수 있는지 알려주는 기록은 생각보다 드물었어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담아요
실패를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도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바라봐요.
비슷한 상황에서 다시 시도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시작했는지 보여줘요.
시험이나 취업처럼 정해진 길 밖에서 알지 못했던 삶의 형태를 만나요.
실패를 억지로 지우지 않아도, 발판으로 삼거나 그냥 그대로 남겨둔 채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는 감각. 이 이야기들이 저와 비슷한 자리에 있는 누군가에게 그런 감각이 되면 좋겠어요.
저도 아직 그 과정에 있어요. 이야기를 들으며, 저 역시 다시 시도하고 있어요.
실패는 완전히 지워지지 않지만,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도 않아요. 누군가에게는 발판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온 한 페이지로 남아요.